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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장르는 다르지만, 둘 다 “길을 잃은 남자들”의 이야기
미드 매드맨을 정말로 재밌게 보았는데요. 어제부터 보기 시작한 트루 디텍티브와 좀 결이 비슷한 것 같아서 비교 분석을 해보았습니다. 트루 디텍티브는 소프라노스하고 더 비슷한 면이 있어 보이긴 하지만, 저는 매드맨의 돈 드레이퍼와 트루디텍티브의 러스틴 콜이 조금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둘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우선, 『매드맨』은 1960년대 뉴욕 광고회사를 배경으로, 돈 드레이퍼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적 성공 신화를 다룹니다. 겉보기엔 성공한 남성들이 이끄는 세련된 세계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정체성을 위장한 채 살아가는 개인들의 공허와 자기기만을 파헤칩니다. 그리고 『트루 디텍티브』는 1995년과 2012년의 루이지애나를 오가며 연쇄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드라마의 핵심은 범죄의 실체보다는, 그 범죄를 추적하는 인물들의 내면적 균열과 존재론적 질문에 있습니다. 두 작품 모두 장르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결국은 미국 남성의 위선과 붕괴라는 동일한 서사를 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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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돈 드레이퍼와 러스틴 콜
매드맨의 돈 드레이퍼는 실제 정체를 감춘 채 살아가는 인물로, 외적으로는 완벽해 보이는 이미지 속에서 깊은 정체성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그는 광고라는 가짜 세계를 만드는 데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동시에, 그 자신도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버린 인물입니다.
트루 디텍티브의 러스틴 콜은 그와는 정반대의 방식으로 진실을 집요하게 파고들지만, 세상과 인간에 대한 철저한 회의로 인해 누구와도 감정적으로 연결되지 못합니다. 한 명은 ‘거짓말’ 속에 진실을 숨기고, 다른 한 명은 ‘진실’ 속에 거짓을 마주합니다. 두 인물 모두 스스로를 온전히 살아낼 수 없는 구조 안에 갇혀 있으며, 결국 타인과의 진정한 접촉이 불가능한 존재들입니다.
3. 시대는 다르지만, 둘 다 미국의 정신적 폐허를 응시한다
매드맨은 미국 자본주의의 부상기인 1960~70년대를 배경으로, 매너리즘과 가부장적 권위, 소비주의의 미학이 정점에 이르던 시대를 다룹니다.
트루 디텍티브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까지의 미국 사회를 비추며, 종교적 위선과 윤리적 무기력, 제도적 부패가 만연한 남부의 그늘을 배경으로 합니다. 두 작품은 각기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남자들의 삶을 통해 미국이 자랑했던 정체성과 가치의 허상을 폭로합니다. 하나는 무너질 줄 몰랐던 번영의 신화를 그려내고, 다른 하나는 그 잔해 속에서 길을 잃은 인간들을 탐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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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여성의 부재 또는 대상화, 남성 주체성의 거울로 기능하다
매드맨에서 여성 캐릭터들은 대부분 남성 권력의 구조 안에서 대상화되거나, 때로는 그 구조를 전복하기 위해 저항하는 방식으로 서사에 개입합니다. 조안, 페기, 베티 등은 모두 남성 중심 사회의 병리 구조를 드러내는 거울이며, 그 자체로도 주체적 서사를 지닌 인물들입니다.
트루 디텍티브는 여성 인물들이 주로 피해자 또는 주변적 인물로 등장하며, 그 부재 자체가 오히려 남성 중심 구조의 심각한 왜곡을 강조하는 장치로 작용합니다. 이 차이는 곧 남성 중심 세계가 자신을 비추기 위해 여성성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한 메타비평이기도 합니다.
5. 진실과 허위의 역설
매드맨은 거짓(광고)을 통해 사람들의 감정을 조작하고, 욕망을 생산하며, 삶의 의미를 위조합니다. 그 안에서 돈 드레이퍼는 진실에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진실인 듯한 이야기를 창조해내는 데 익숙한 인물입니다.
트루 디텍티브는 진실(수사)을 통해 사건의 본질을 파헤치고자 하지만, 그 끝에 도달한 것은 세상의 부패와 인간 존재의 허무입니다. 결국 두 작품은 각각 반대의 도구를 통해, 진실의 불가능성, 삶의 허위성, 인간 조건의 아이러니를 드러냅니다. 광고로 진실을 꾸미는 자와, 진실을 파헤치다 허상에 빠지는 자. 두 세계 모두, 인간이 진실이라 믿는 것들이 얼마나 조작되고 왜곡되었는지를 냉철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6. 시즌 1 에피소드 1회차 각기 다른 에피소드 회상
책도 첫 문장이 가장 임팩트가 있게 와닿듯 드라마도 첫 화가 모든 철학을 담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차원으로 각기 1회 차의 에피소드를 추려 보았습니다.
매드맨 에피소드 1
먼저 매드맨 에피소드 1은 Smoke gets in your eyes 입니다. 핵심 에피소드는 담배 광고 금지로 곤경에 처한 럭키 스트라이크 클라이언트를 상대로 기막힌 카피를 내놓는 것입니다. 과학적 논리가 막히자 감성에 호소하며 본질을 왜곡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냅니다. 이 장면은 광고는 진실이 아니라 감정을 판다,라는 테마를 완벽하게 보여주는 서사 장치입니다.
특징적인 대사는 Advertising is based on one thing: happiness 광고는 하나에 근거한다. 행복이다.
It's toasted 유명한 카피 문구입니다. 몸에 해롭다는 담배를 역발상으로, 모든 담배는 불에 굽는다고 하여 차별성과 안심을 주는 감성적 메시지로 재가공한 것입니다. 광고의 본질을 상징하는 핵심적인 부분이었죠. 또한, 첫화부터 드라마는 담배 소굴에 성차별은 만연하고 남성 권력은 일상화되었는데 요즘 그랬다가는 전부 철창행이었을 겁니다.
트루 디텍티브 에피소드1
1995년 여성 시신이 발견되는 것으로, I think human consciousness is a tragic misstep in evolution. 러스콜이 한 말이죠. 인간의 의식은 진화의 비극적 실수다. 이는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한 깊은 회의와 철학적 무게를 드러내는 대목입니다. 소위 제가 꽂힌 부분이기도 하고요.
We are things that labor under the illusion of having a self. 우리는 자아를 가졌다는 환상 아래 일하는 존재들이다.
비교
매드맨은 상당히 마초적인 냄새가 가득한 드라마인 것에 비해 트루 디텍티브는 신성과 주술이 뒤얽힌 불안한 상징을 다루고 있습니다. 두 개의 드라마는 시대의 트렌드를 따른다고 볼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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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자아 해체, 남성 주체의 철학적 붕괴
두 개의 드라마는 서로 다른 시대, 다른 장르, 다른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결국 도달하는 지점은 같습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진실이란 무엇이며, 우리는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가? 이 두 작품은 모두 미국이라는 국가 정체성과 그 핵심 주체인 백인 남성의 몰락과 해체를 철학적으로 응시하는 드라마입니다. 돈 드레이퍼는 허위를 살아가며 진실을 외면하고, 러스틴 콜은 진실을 파헤치다 끝없는 허무에 도달합니다. 그 둘의 공통점은, 결국 인간이란 존재가 진실을 말할 수도, 끝까지 감당할 수도 없다는 점에서 만납니다.
다음에는 소프라노스와 비교해서 올려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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