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고령화 가족 재밌다는 얘기가 간혹 들려올 때마다 나는 무시했었다. 일단 제목이 마음에 안들었다. 이상하게 노인, 고령, 올드, 이런 단어가 나오면 보기 꺼려지기 때문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지만, 영화를 선택하는 제 1 조건이 여배우가 예뻐야 하기 때문이다. 여배우가 예쁘지 않은 영화는 보기가 싫어진다. 그래서 프랑스 영화를 좋아하지만, 이젠 선택의 범위가 너무 좁아져서리.
암튼, 그래서 배경 지식 전혀 관심없고 무슨 또 정치나 시사 관련 영화겠거니 하고 눈과 귀를 닫은 영화였다. 그렇게 7년이 지나서, 이제서야 영화를 보게 된 이유는 왓챠에 뜨기도 했고 윤여정때문이다. 그래도 국위를 선양한 배우인데 미나리는 아직 못 봐도 과거의 영화들은 섭렵해줘야지, 하는 생각으로 보았다.
일단 윤여정이 나온 영화는 기본적으로 재미는 있다.
이 영화도 상당히 재미가 있었고, 스토리보다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흥행한 영화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스토리보다 배우의 힘이 컸던 영화다. 어쩌면 하나같이 연기를 찰지게 할까. 거를 타선이 없을 정도로 모두가 완벽한 네츄럴리즘을 보여줬다.
영화 제목이 고령화 가족인게 아이러니할 정도로 이 영화는 그냥 막장 가족사이다. 고령화 가족 말고 좀 더 임팩트있는 제목을 썼더라면 백만 관객이 뭐야 500만도 넘었을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영화는 지극히 한국적인 영화이다. 가벼움의 극치이고 코믹의 진수를 보여줬다. 영화가 처음에는 쿨하게 전개되는 듯하더니 신파로 끝난다. 이정도면 한국 영화 감독들은 죄다 신파병이 걸린게 맞다. 한국인 유전병인가.
시간적 맥락도 뜬금없다. 이혼하자마자 비구니로 살겠다며 돌아온 공효진은 대체 언제 남자를 만나고 결혼까지 하게 되었는지 시간 순차가 뜬금없다. 뭐 그런 건 애교로 봐줄만하다. 윤여정은 처음 이 역할을 고사했다고 했는데 감독과 사이가 안 좋았던 이유도 있지만 고기만 굽는 역할인 줄 알았다고 하였다. 이게 맞는 말인게 윤여정은 이 영화에서 고기만 굽다 끝난 인물이 맞다.
윤여정의 존재만으로 영화는 빛이 났지만 윤여정의 캐릭이 빛난 건 아니었다. 윤여정이 진짜로 빛을 발휘한 영화는 죽여주는 여자에서 였다. 와, 진짜 실제로 박카스 할매는 한번도 본 적이 없지만, 윤여정 캐릭이 딱 그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이게 다큐야 영화야 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 옛날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 에서 양동근의 친모 역할을 했던 윤여정의 팔자 세고 사랑 못 받는 억척스런 캐릭터에서 시니컬한 매력을 보았다면 죽여주는 여자에서는 측은지심의 끝판왕의 모습을 보여줬다고나 할까.
아무튼, 고령화 가족은 윤여정의 자식들의 좌충우돌 미워도 가족, 이런 주제로다 전개되고 윤여정은 화 한번 안 내고 세상 인자한 엄니 모습을 보여줬는데, 원작 소설을 읽진 않았지만 분명히 소설이 더 재밌었을 거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추천하는 이유는 지극히 서민적이고, 다소 과장되어도 공효진, 윤제문, 진지희, 박해일, 윤여정 등의 개성있고 매력있는 연기가 좋아서이다. 잠깐 나온 예지원도 그렇고 하나같이 매력있는 캐릭터 집합소였다. 이런게 배우의 힘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 영화는 배우들의 매력으로 완성된 작품이었다. 영화 디렉을 이렇게 성의없이 해도 배우들이 뛰어나면 수작을 만들어 낼 수 있구나, 하고 다시금 깨달은 영화이다. 좀 더 디테일하게 만들어도 웰메이드가 될 수 있었을 텐데.....
그래도 시종일관 재밌게 본 편으로, 왓챠에서 볼 수 있다. .평점 3점 이상 나오는 걸로 보아 대체로 재밌게들 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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