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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메이드지만 집중해서 보고 싶지 않은 무브 투 헤븐

by media9 2021. 5. 28.

 

[이 구역의 미친 X]보고 미친듯이 웃다가 [무브 투 헤븐]을 보니 너무 안타까워서 화면을 볼 수가 없을 정도다. 드라마는 매우 잘 만들었다. 뭐 노랗게 물든 휴먼 스토리. 감동도 있고 시사하는 바도 있고. 그런데 너무 슬프고 진이 빠진다.

 

 

 

 

왜 이렇게 슬프고 괴로운 드라마를 만든 걸까. 물론 아름답게 포장은 되어 있다. AI 같은 스무살 된 자폐아와 속깊은 길냥이 모드로 거칠게 큰 삼촌이 세상의 어두운 구석을 보며, 죽음을 청소하며, 치유하고 공존하는 그런 스토리. 하지만 좀비물처럼 잔인하지 않으면서 잔인하게 슬픈 느낌이랄까.

 

 

요즘 같은 시국에 너무 우울에 빠지게 만들어서 추천하고 싶지 않다. 결과가 좋더라도 과정이 너무 비극적으로 슬프다.

 

드라마는 매 회차마다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유품정리사를 소재로 한 어떤 단편 소설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때도 기분이 비슷했다. 잘 쓴 단편 소설은 짧지만 임팩트가 강해서 읽고 나면 엄청 피곤한 경우가 종종있다.

 

 

 

 

 

국내 단편 소설은 줄거리보다 문체와 철학을 심오하게 담고 있기 때문에 의중을 헤아리려면 엄청 집중해서 읽어햐 하기 때문이다. 술술 잘 읽히고 재밌는 소설도 많지만 그런류는 국내 소설 중에는 드물다. 대개 단편 소설은 수상작이 많기 때문에 심오하지 않으면 뽑히질 않기 때문이다. 체호프 소설은 그리도 극찬하면서 정작 그렇게 쓰면 장난하냐? 라는 분위기가 한국 문학계인듯.

 

 

어쨌든 무브 투 헤븐은 잘 쓴 단편 소설을 읽는 기분이다. 이런 우울하면서 아름다운 드라마를 집중해서 보는 게 정서상 도움이 되는 일인가. 죽음에, 슬픈 상황에 의연해지는 연습이라도 하라는 건가.

 

조금 구태의연한 부분도 있다. 뻔하게 작위적인 상황이지. 돈 때문에 권투를 하고 권투 세계의 배후는 악랄하고. 가뜩이나 복싱계 상황이 안 좋은데 꼭 저런 진부한 소재를 써야 했을까. 작가는 대체 연식이 어떻기에, 하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잠시 찾아보니 여성 작가였네.

 

 

성별에 대한 편견이 있는 편이라, 자신의 영역이 아닌, 간접 경험 만으로 쓰기엔 버겁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갑자기 확 드네. 

작가 자신도 이 드라마를 통해 치유를 했다고 하는데, 치유되는 과정 속에 못 볼 꼴을 너무 많이 봐 버린 기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는 이제훈의 매력이 한층 더 돋보였다는 거. 아마 이제훈 팬들은 이 드라마를 보고 평생 팬으로 남으리라 마음을 굳혔을 것 같다. 이제훈은 이런류를 상당히 좋아하는 것 같은데, 그런 류의 작품 중 가장 캐릭터가 돋보였다. 무엇보다 그의 남성미가 뿜뿜.

 

 

 

 

 

아,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배우 정애연, 그 이쁘고 매력적인 배우를 그냥 못된 마담 캐릭터로 만들어 버리다니. 저렇게 색이 강한 캐릭터를 맡았는데 매력이 1도 안 느껴지게 만드는 것도 재주인듯. 안타까워라.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배우 정영주도 그렇게 밖에 활용을 못하는 것도 재주인 듯. 그 멋진 배우를 그렇게 엑스트라 급으로 만들다니. 

 

낭만 극대주의가 현실 도피를 만든 것 같네....

 

그리고 그루의 연기는 완벽했으나 외모가 너무 캐릭터와 동떨어져서 아이러니하다. 외모가 천재도 아니고 순수도 아니고 지극히 평범함에 어찌보면 약간 못돼보이기도 하는 이 배우를 왜 선택한걸까. 계속 의문이 들었다. 감정이 없는 캐릭터로는 매우 잘 들어맞은 것 같지만 그밖에 이 캐릭터를 보듬어주고 싶다는 생각은 좀처럼 들지 않는다.

 

하지만 목소리만 들었을 때는 한없이 청아하고 잘 들어맞는 것 같다. 외모로 깔 생각은 없지만... 로봇형을 추구하다 뭔가 드라마가 아닌 다큐를 보는 것처럼 지나치게 현실적인 마스크라고나 할까. 암튼... 요즘 드라마 배우들이 다 그런 추세라서, 그런 만큼 이제훈이 더욱 매력적으로 보였을 수도 있겠다.

 

 

암튼, 나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울다가 우울하다 감동하다 흐뭇하다 끝까지 보기를 포기하다 다시 들어가서 보기를 반복하면서....

화면에 몰입하지 않고 건성건성 라디오 듣듯 보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더러운 꼴은 일부러 안보고 가는 주의인데 내가 몰라도 되는 것까지 적나라하게 경험하고 싶지 않아서이다. 이런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생각없이 잔혹한 드라마라면 아무런 감흥이 없겠지만 이 드라마는 일종의 깨달음을 포커스로 두기 때문이다. 

 

너 이래도 정신 안 차릴래? 감동 안 할 거야? 라고 강요 당하는 기분? 

 

 

 

게다가 유감스럽게도 이 드라마에 예쁜 배우는 나오지 않는다. 정애연조차 이 드라마에서 예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리뷰는 굉장히 주관적인 감상을 쓴 것이기에 참고할 필요도 없다. 그냥 이 사람은 이렇게 느꼈구나 하고 넘기면 된다. 분명 이 드라마를 보고 펑펑, 엉엉 울거나 어떻게든 감정의 변화를 느끼는 이들이 더 많을 테니까.

 

아, 그리고 이 드라마는 금연한 사람은 보면 안 될 것 같다. 이제훈이 정말 담배를 멋지게 피우기 때문이다. 그리고 담배 연기가 꽤 자주 나온다. 분명 금연에 실패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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