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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잘했어요, 슬기로운 의사생활 드라마 리뷰

by media9 2021. 6. 27.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예능 피디로 활약하다 응답하라 시리즈로 초대박 히트친 신원호 작품이다. 더불어 그와 함께 예능에서 드라마 작가로 활약한 이우정 작가와의 완벽 콤비로 역대급 트랜스퍼에 성공한 이들. 뭔가 아마추어리즘이 풍기는 가운데도 시청률로 가능성 및 실력을 인증받았다. 하긴 대중문화예술이란 것이 대중에게 먹히면 장땡인거지.

 

 


뭔가 예전에는 금기시했던 그들만의 리그 벽을 깬 기분이 드는데, 모든 분야에서 그런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만 그들만의 성을 더 높이 쌓아가고 있는 이상한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런 이상하고 어설프고 부조리한 사회까지 끌어들이지 않아도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기존 작가들 띠용~ 하는 기분이 들 정도로 대중 공감을 확실히 잘 잡아냈다.

 


전문 영역이고, 전공이고 나발이고 이런 거 다 필요없고, 하고 싶고 관심만 있고 약간의 조력자만 있다면 누구나 피디되고, 의사되고, 가수되고 화가되고 요리사되고 암튼 다 되는 마당에 엘리트 주의가 괜히 생기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그러니까 하나를 잘하는 인간은 열을 잘할 수밖에 없다, 뭐 그런거?

 

 

그런데 조금 아이러니한 현실 언급을 하자면, 예전에는 엘리트가 한 분야만 파고들어 그 분야 권위자로 인정 받았고 오로지 한우물만 파는 주의였다면 요즘은 개나 소나 못하는 것은 없는데 특출하게 잘하는 것은 없는 그런 세상이 되었다고나 할까. 그러다보니 프로 불편러도 많고 참견러도 많고 자기 확신을 넘어 확증편향도 심해지고 너도 나도 자신감만 넘쳐서 전국민의 나르시스트화가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러나 그렇게 나도 하고 싶어, 나도 할 수 있다며 이것 저것 시도하고 치이고 부닥치다보면 결국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게 되거나 더욱 도태되어 좌절하는 뭐 그래서 우울증 급증하고 그런 가 싶다. 결론은 다재다능한 사람은 따로 있고 타고 나는 거라는 거.

 



아무튼, 그러한 가운데 슬기로운 의사생활 드라마를 칭찬하고 싶은 이유가 있다. 물론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세대 공감에 포커스를 두고 일종의 추억, 회상, 감성적 정서를 난무하게 담고 있지만 이 드라마에는 확고한 자신들의 철학이 담겨있다. 정말로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감독과 작가의 마인드가 남달라 보인다.


뭐랄까 사회 엘리트의 선한 영향력? 솔선수범 주의? 뭐 그런 거 말이다. 나름 개념 장착한다고 대놓고 계몽주의 드러내고 사회 특권층의 부정부패만 다루어 대중 공감 유도하고 울분 토하고 정의를 외치게 되는 그런 류만 보다가 이런 발상의 전환 드라마를 보니 꽤 신선하고 흡족하다.

 

이 드라마를 보면 환자들은 대체로 이기적이고 어리석고 안타깝고 우매한 반면, 의사들은 세상 성실하고, 합리적이고 심지어 인성도 훌륭하고 대인관계도 훌륭하다. 실제 이런 의사들이 거의 없다는 현실을 잘 알지만 적어도 드라마 속에 그려진 이상주의적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사회 엘리트층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범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나 할까.

 

 

 

 내가 만일 어린 아이였다면 이 드라마를 보면서 훌륭한 의사 선생님이 되어야 겠다, 라고 마음 먹게 되지 않을까? 공부 열심히 해서 사회에 모범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지. 그걸 제대로 보여준 드라마라고 생각한다는.... 뭐랄까 어릴 때 수사반장 보면서 형사들은 모두 정의롭고 나쁜 일을 하면 반드시 잡혀간다는 생각이 확고했던 것처럼 정의란 무엇인가를 몸소 보여 준 드라마이다.

 

 

진짜로 작가나 감독이 그런 속내가 담겨있는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추민하 대사 중 이런 비슷한 말이 있다. 자신은 그냥 아는 게 하나도 없고 일일이 배워야 한다고, 그렇게 말한 것 같다. 극중 도재학도 오로지 잘하는 건 공부밖에 없어서 의대가면 되겠구나 싶었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판단해야 한다고, 자신의 판단력 결여를 자책한 내용이 나온다. 극중 주인공들 의사들 캐릭터도 대체로 이렇다. 장겨울은 성실하지만 무뚝뚝해서 살가운 말은 못하고, 양석형은 대인기피증이 심하고 등등 하나 하나 인격에는 하자 투성이지만 매사 성실하고 진정성있게 무엇보다 학구적으로 임한다. 

적어도 이 드라마를 기획한 사람들은 사회 지도층을 적대시하지는 않아서 좋다. 

 


더구나 주인공 의사들은 연주를 프로페셔널하게 하지 못해도 꾸준히 성실하게 노력해서 최선을 다하고, 등등 슬기롭고 성실한 자세가 너무 바람직해 보인다. 이 드라마가 감성에 치우친 세대가 좋아할 만한 성향의 코드로 만들었다고는 해도 적어도 인간의, 약자의 울분을 대변하는 노조 스타일은 아니라서 안도한다.


이제 약자의 분노보다 사회 기득권층에게도 바람직한 가이드를 제시할 수 있는 그런 교훈적인 미디어가 필요하다. 선악으로만 구분하고 가진자, 똑똑한 자들은 부패한 권력으로 치부하는 편견에서 전환하여 직접 본을 보이게 내로남불 하지 말고, 가재, 우렁인지 소라인지, 이런거로 만족하고 살게끔 교육하는 오만을 부리지 않고 능력자들이 조금 더 성실하게 살 수 있게, 욕 먹어도 고소 시전하지 말고 자기 반성할 수 있게, 그런 깨달음을 주는 미디어가 많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직업 차별없이 노동자와 대기업 사장과도 허물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고, 그만큼 지적 수준 만큼은 비슷하다는 인식을 하면서 서로의 환경과 직업과 상황을 존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쓰레기같은 정치인, 연예인 빠가 되지 않고 그들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삶에 충실하면서 유희를 즐기는 그런 사회.

물론 남들보다 더 많이 일하라고 부여받은 능력으로 좋은 세상 만들고, 그런 만큼 대우 받고 존경 받고 그럴 수 있는 세상이 가장 이상적인 거 아닌가.

 


드라마 속 그 훌륭한 채송화 교수가 자신을 위해 벤츠 suv를 사도 하나도 욕 안 먹는 세상이 진짜 아름다운 세상이지. vip 병동 수익을 어려운 환자를 위해 기부할 수 있게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제도를 만들어야지. 남녀 차별없이, 그러니까 익순이처럼 진짜 유단자가 군대 가서 인정도 받고 나라 위해 참 일 할 수 있는 거지. 여담으로 실제 지나가는 여경들보면 호리호리 빼빼말라서는 남녀 경찰 차에 타고 순찰하는 모습 보이면 저것들이 데이트를 하는 건지 일하는 건지. 그런 모습 보면 뉴욕에서 키도 덩치도 거의 비슷한 남녀 경찰 넷이서 똑같이 공평하게 쓰러진 승객을 들 것에 싣고 가던 모습이 오버랩되곤 한다. 적어도 경찰이라면 위화감이 아닌 위압감이 느껴져야 정의 구현이 가능하지.

 

 

암튼, 다양하면서 이상적인 인간 군상을 보여주면서 사회 지도층이 이렇다는 것이 아닌, 슬기로운 사회 지도층은 이래야 한다는 롤모델을 제시한 것 같은 이 드라마를 응원한다. 나만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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