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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네비게이터(The Navigators)

by media9 2021. 5. 12.

2001년 개봉한 켄로치의 네비게이터는 철도 민영화가 되면서 노동자들의 갈등을 다룬 이야기다. 영국의 대표 좌파 감독 켄로치의 작품으로 사회 노동자 층을 대변한 냄새가 물씬 풍기는 영화이다.

철도 민영화를 배경으로 한 영화 네비게이터 리뷰

 

 

이 영화는 1995년 south yorkshire의 철도 민영화가 이루어진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국내서도 한때 소위 운동권 대학생들이 구로 공단 등에서 자발적인 노동자로 산 시기가 있었는데 당시 시대 사조가 필연적인 이유가 있었을지는 몰라도 역사적 관점으로 볼 때 가장 어리석은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물론 당시에는 이해되는 상황이었겠지만 지금 생각하면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나 싶다. 그건 마치 전라도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앞으로는 차별 안 당하게 해 줄게요." 라며 떠들고 다니는 기분과 같은 거다.

자발적 노동자가 쓴 시나리오

약자의 편에 선다는 것은 약자가 되어서 사는 삶이 아니다. 그런 것은 결국 약자의 삶을 염탐하는 것밖에는 안된다. 직접 경험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는 길이 많을 텐데도 구태여 그런 삶을 자처한 이유가 뭐였을까. 물론 그때 그러고 산 사람들은 후에 사회의 주류로 성공한 삶을 살고 있거나 그렇게 영원히 도태되어 폐인으로 죽어갔거나 그런 줄로 알고 있지만...  we shouldn't doing this...

 

 

  각설하고 이 시나리오는 실제 자발적 노동자로 일생을 산 사람이 썼다고 한다. 굉장히 일상적이며 현장감 넘치는 이유였다. 보는 내내 어쩌면 저렇게 표현을 잘 했을까 싶었다. 더군다나 사회주의 성향의 감독과는 별개로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점이 마음에 든다. 새삼스럽게 영화 취향이 확고하다는 점이 놀랍다. 이 영화는 유명한 배우는 한 명도 보이지 않고 영화인지 다큐인지 모를 극도의 자연스러운 환경 속에서 상당히 역설적인 상황이 희화화된 점이 돋보인다. 아마도 감독 스타일이겠지만...

 

    

"한 가지 양보를 얻었어. 일요일엔 출근 도장을 찍지 않아도 돼."

"우린 원래 일요일엔 안 찍잖아."

"그게 얻어낼 수 있는 최선이었어."

"개새끼네 그거."

그리고 나중에 이 협상을 뒤집는 문제로 다툼이 있는데 생산성과 효율성을 기치로 변화하는 사회 구조가 얼마나 억지스럽고 우스꽝스러우며 그래서 허무하기까지 한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변혁의 길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은 도태됩니다." 

철도 회사 대표는 그렇게 말하며 기존의 노동자를 분리하고 퇴직시키고 도태될 수밖에 없게 만들어 버렸다.

모순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 영화

 

 

뭔가 아이러니하고 모순된 현실은 영화 초반의 에피소드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바였다. 이혼한 전처에게 비싼 장미 꽃다발을 바치며 문을열어주길 기대하지만 전처는 우체통으로 넣으라고 해서 남자는 그 안에 억지로 꽃을 쑤셔 넣는 무모함을 보인다. 떨어진 꽃송이를 쥐며 이게 얼마나 비싼 건데 하면서 푸념하는 순수하고 성실한 노동자의 말로는, 영화 초반에서 이미 보여주고 있었다.

생산성과 효율성에 관한 부조리한 상황은 계속 이어지고 모든 상황을 농담처럼 받아 들였던 노동자들은 점차 생사 앞에서도 직업을 잃을까 걱정하는 불안하고 초조한 삶으로 변질된다.

유머와 여유가 사라진 고단하고 허무함만 남긴 영화

유머와 여유가 사라진 고단한 삶은 눈 앞에 닥쳤고 현금에 하루하루가 저당 잡히더니 결론 마저도 비관적으로 끝나서 더욱 허무함을 남긴 영화다.  where have you b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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