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솔로가 시청자들의 욕과 격려를 받은 티가 나는 시즌 2입니다. 뭔가 원초적이고 속물적인 느낌에 어수선한 편집 등 재미는 있는데 아쉬운 점이 많던 1기를 뒤로하고 시즌 2의 첫출발은 비교적 우아하고 지적으로 시작하려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대신 재미는 잃은 것 같더군요.
5기생 남성 출연진
일단 5기생들은 너무 뛰어나지도 처지지도 않고 골고루 직업군이나 외모 등이 엄선하여 선별한 느낌입니다. 자고로 남녀의 만남에서 남성은 외모보다 능력이고 여성은 능력보다 외모가 우선인 경우가 많은데 태도를 포함한 외모도 그냥저냥 크게 거슬린 사람들은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5기에서 얼굴 담당은 정수였던 것 같은데 이런 마스크가 인기가 있던 것도 의아하지만 6명의 남자 중에서는 가장 바람직한 외모가 맞긴 합니다.
스토리 텔링에 실패한 제작진
여성들 외모도 전 시즌보다는 한층 더 아름다웠습니다. 뭔가 끼부리는 느낌보다는 차분하고 자기 일에 충실하고 무난 무난한 분위기였는데요. 외모 부심보다는 직업적 집안적 능력 부심이 있던 이들도 보였고요.
그런데 나름 엄선해서 뽑아놓은 이 출연진을 두고 제작진들은 일을 안 한 것인지 운명이 그렇게 흘러간 것인지 반전도 없고 흥미진진함도 없고 전체적으로 시들시들하게 끝난 감이 컸습니다. 뭔가 더 극적인 스토리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요.
이 둘은 왜 안 되었을까?
열 다섯 살의 나이차이지만 착한 사람에 끌려 눈물까지 흘린 영숙이 영수와 한 번도 일대일 데이트를 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마치 은교 이미지도 연상되고 뭔가 낭만적인 분위기가 있는 가운데 사회 통념을 한번 깨 보자는 피디의 의도였는지도 모르겠지만요. 가장 압도적인 1위를 예상한 영숙에게 사람들은 좀처럼 다가가지 못했고 영수는 나이가 많고 이미 짝이 정해진 것 같아서 접근하지 못한 것도 있습니다. 방황 끝 나이 마흔에 의사가 된 그의 집념과 탁월함에 보이지 않는 존경을 표한 것도 있어 보이는데요. 그냥 너드 그 자체였습니다.
영숙은 그냥 집안 버프 잘 받고 부모의 정보력으로 조기 유학에 이대 국제학부 졸업에 서울대 대학원까지 갔으나 공부는 적성에 맞지 않은 조국 딸 조민이 떠오르더군요. 영어 수능 학원 강사라고 하는데요. 학원 강사가 얼마나 돈을 많이 버는지는 모르겠지만 교수가 더 안정적이고 보람찬 직업 아닌가요? 하지 못한 거지 안 한 게 아닌데 안 한 것처럼 얘기하고, 굳이 굳이 이대 졸업은 왜 언급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가만 보면 나는 솔로 출연진들 중 이대나 고대 연대 서울대는 꼭 언급하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그게 무기이자 장기이자 가장 확실한 어필이라고 보는 걸까요?
아무튼 영숙이는 참했고, 영식이 말대로 가정 교육 잘 받은 반듯한 여성처럼 보였는데요. 귀 뒤의 문신이며 손목 문신에 옆구리 문신은 대체 뭘까요? 일종의 일탈이라고 하기에는 좀 발랑 까진 느낌이 들어서 말입니다. 얌전한 인상과 반대로 좀 깬다라는 인상을 준 출연자입니다.
그리고 영수는 마흔까지 키스도 못 해 본 절대 순수함 이미지에 보이지 않는 배려심까지 갖추며 다른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는데요. 그것도 그를 최대한 띄워주고 싶어서 그리 편집한 거 아닌가요? 영수에 관해선 할 말이 많지만 다음 출연진 리뷰 후 다시 언급하겠습니다
순자의 근자감
아버지가 대학 교수니 집안도 좋고 공부도 잘하고 직업도 괜찮고 자라온 환경에 별 탈이 없어 보이는 순자입니다. 그런 집안 환경 때문인지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생겼는지 요리도 못하는데 수제비는 한다고 벌리다가 실패하고, 마음에 드는 남성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 끼 아닌 끼도 부리고 아니다 싶으면 바로 단념하고 다른 사람한테 어필하고 등 주눅이 조금도 들지 않는 유형처럼 보였습니다. 국회의원 이재정을 꼭 닮은 외모로 그녀도 예쁘지 않은데도 자기가 예쁜 줄 알고 다니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녀는 딱히 빌런도 아니고 크게 거스르는 행동을 한 것은 없었는데요. 대체 무슨 자신감에 직장인 밴드까지 결성하며 자작곡이라고 기타에 노래를 부르는데 남이 심리는 그렇게 잘 알면서 상대가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왜 모르는지 풋 하고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이런 분들은 시련 없이 그녀 만의 세상에서 자신감 있게 살게 내버려 두는 게 나은데 괜히 한 번쯤은 지적을 하고 싶네요.
영자의 수더분함
순자 못지 않게 영자도 그리 예쁜 얼굴은 아니었는데요. 순자와 영자와 다른 점은 영자는 자신감은 있되 자신에 대해서 비교적 잘 알아서 마음에 듭니다. 출연자 중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요. 뭐랄까 호인 혹은 양반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자신이 다소 센 이미지에 그리 예쁘지 않은 것도 아는 듯한데요. 그렇다고 심한 콤플렉스가 있어 보이지도 않고요. 근자감은 더더욱 없어 보입니다. 그냥 매사 순리대로 사는 것 같아 보이고 아마 그래서 영자는 잘 살 것 같습니다. 영수는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지만 자신이 나이가 많은 것을 알고 같은 지역의 영자를 선택하는데요. 영자도 딱히 그런 영수가 싫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의사라니까 호감이 가는 것도 있었을테고요. 그래서 웬만하면 잘해보려고 했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영수의 마음을 읽을 수가 없고 맞는 접점이 없던 거죠. 그래서 완곡하게 거절이 아닌 다른 사람도 만나보라고 넌지시 운을 떼는 그녀의 태도가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본인 말대로 상대와 싸우거나 화를 내는 일이 없는 착한 심성의 여성처럼 보입니다. 이런 분과 같이 사는 분은 진짜 복 받을 것 같아요. 뭔가 말재주는 없고 예쁘지는 않지만 속도 깊고 편안한 타입처럼 보이는데요. 그러면서 액티비티 하니 분명히 그녀의 진가를 아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친구 정숙과 정순
정숙과 정순은 친구끼리 나와서 최종 커플이 된 정숙과 정순은 좀 냄새가 납니다. 뭔가 샌님 분위기의 다른 출연진에 비해 나이도, 직업도 활기가 넘치고 예쁘지는 않지만 인기는 있어 보였고요.
그러다 보니 끼리 끼리 만나는가 봅니다. 뭔가 날라리티 나는 정수와 정식과 커플이 되었는데요. 차라리 이들이 커플이 된 게 다행인 것처럼 보이긴 하네요.
매력 있던 영식
개인적으로 가장 호감 있게 느낀 출연자 영식입니다. 성향이 저랑 너무 비슷해서 일단 반가웠고요. 짝이 안 되면 책이나 읽을 거라고 얘기한 모습에 독서광이랑은 별개로 시간 활용을 정말 잘하는 사람이구나, 를 느꼈습니다. 게다가 가장 감동 깊게 읽은 책도 조지 오웰의 1984라고 한 것을 보면 세상 순진한 모습과는 별개로 나름 사회적인 문제게 관심이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뭔가 올곧게 인생을 산 사람 같은데요. 당연히 이 사람이 예쁜 여자에게만 반해서 헤벌레 할 사람은 아니지만요. 순자나 영자 취향보다는 영숙처럼 깔끔하고 청순해 보이는 스타일을 선호할 듯 보입니다.
영식은 영숙에게 관심을 보이며 선택을 했는데요. 영숙은 그를 선택하지 않았으나 프로그램이 끝나고 짧게 사겼다 헤어졌다고 합니다. 영숙도 영식에게 매력을 못 느꼈겠지만 영식이 영숙의 문신 등 의외로 개방적인 모습에 식겁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물론 그도 인생을 즐기면서 살긴 하겠지만 이런 남자와 결혼해서 살면 큰 이벤트는 없어도 일생을 무난하게 의미 있게 관조적으로 잘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외모의 매력보다 이런 남자의 내면의 매력을 잘 보고 픽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 문제는 영식이 예쁜 여자를 밝히지 않는 게 필요해 보이긴 합니다. 능력 있고 돈 잘 버는 것을 숨기고 자신의 취미와 취향으로 매력을 어필하면 진짜로 좋은 여자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외 안경사 영호와 프로그래머 영철도 나왔는데요. 두 분은 딱히 성격적 매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고 별다른 개성도 없어서 생략. 그런데 왜 여자들은 정수를 원픽 한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가네요.
그리고 촬영 후 영수는 엄마의 소개로 만나 초고속 결혼을 했다가 이혼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영수가 미모과가 아니라 능력과라서 그를 만나는 여성이 웬만하면 맞춰서 살법도 한데 곧바로 이혼한 것을 보니 성격 문제보다는 성적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남성이 순수한 척 보였으나 아랑곳하지 않고 노래 불러대고 자기만의 스타일로 원웨이 질주하는 눈치 없음에 질린 것인지 어쩐 것인지. 그리고 막바지에 선택 여부와 상관없이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고 훌쩍인 모습이 조금 싸했는데 그런 일종의 감정조절 장애가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드네요. 5기에 대해선 할 말이 많았지만 막상 큰 재미는 없었던, 그러나 출연진들은 비교적 구성이 괜찮았다는 점 정도로 후기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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