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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앙받을 뻔했던 나의 해방일지 세계관 소고

by media9 2022. 5. 25.

영원히 추앙받을 뻔했던 나의 해방일지 세계관 소고

 

나의 해방일지는 나의 아저씨라는 희대의 웰메이드 작품을 만든 작가의 후속작이다.

 

 

사전 정보없이 그냥 딱 봐도 그 작가 스타일이란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작가 스타일이 고스란히 반영된 드라마다.

나의 아저씨도 그렇고 나의 해방일지도 그렇고 공통적인 특징이 나온다. 돈이 많던 적던 간에 인간들의 비슷하면서 다양한 군상, 그 가운데에서도 외로움 혹은 고독이 기저에 깔려있다.

 

 

모든 인간은 우울하기 위해, 그 우울을 극복하기 위해 살아가는 것처럼 나의 아저씨나 나의 해방일지는 조금 우울하다못해 비참한 기분이 들 정도이다.

 

 

뭔가 지지리 궁상 같으면서도 속물적인 세계를 탐하고 그러한 가운데 그 세상이 얼마나 천박하고 막장 불행의 끝을 보여주는지 여실이 보여주는 드라마다.

 

작가의 그런 진지하고 우울한, 그러면서 일상의 소소한 블랙 코미디같은 요소들이 너무 좋았다. 게다가 여성 작가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상당히 건조하고 남성적인 느낌이 물씬 묻어난다. 뭔가 다른 차원으로의 페미니즘적인 드라마라고나 할까?

연약하고 나약하고 해줘해줘거리지 않으면서 사회의 부당한 현실에 넘어져도 씩씩거릴 줄 아는 뭔가 독기어린 여성상을 다뤄서 좋다. 남자의 세계를 존중하면서 여자의 세계도 어필할 줄 아는 그런 작가의 세계관이 좋았다.

 

 

그런 차원에서 나의 해방일지도 좋았다. 뭐, 밤낮없이 술을 마시고, 어딜가나 고독한 군상 및 치졸한 군상을 보여주는 것도 좋았다. 가족, 친구의 소중함, 그것도 특별히 혈연 위주라기보다 2차 집단에 의해서 결속력이 생긴 인간 사회를 보는 것도 좋았고.

그런데 그토록 추앙하던 구씨가 호스트 출신의 조폭 사장이라니. 이건 좀 거시기하다. 아무리 직업에 귀천이 없다지만, 이 작가는 대체 뭘하며 돌아다니길래 밤낮없이 술만 마시고, 술집 얘기나 다루고 그러는 거지? 싶은 생각이 아니 들지 않을 수 없다.

 

 

낭만이 없는 가운데 운치가 있고, 죽음을 소스로 연민과 슬픔이 자연스럽게 우러나게 하는 특장점도 있지만 그게 두 번이나 반복되니 진부하고 구차하고 구질구질한 생각이 들 정도다.

 

가끔 젊은 청년들이 자동차 영업 사원으로 일하고, 백화점에서 옷을 팔고 구두를 팔고 등 비교적 잘 차려입고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면 눈물나게 고마운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도 험한 일 안 하고, 쉬운 길 선택하지 않고 겉멋에 취하지 않고 깔끔하게 옷 입고 손님 응대하는 모습을 보며 지금은 힘들어도 좌절하지 말고 잘 살아주길 바란다. 

그렇게 인물 값 좀 하겠다고 돈 좀 쉽게 벌겠다고 유혹에 넘어가서 술집에서 일하고 호스트니 텐프로니 하는 이들을 보면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상황도 있겠지만, 대중의 심금을 울리는 드라마 같은 데서까지 아무렇지 않게 미화되는 게 너무 끔찍하게 싫다. 우리 사회는 적어도 남을 쾌락에 빠뜨리고 얻은 대가로 집 사고 차 사고 허세 부리는 이들을 추앙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열이 뻗힌 건 구씨가 너무 멋진 캐릭터로 나와서 그런 거다. 실제 호스트로 일하는 사람을 주변에서 한 명도 본 적이 없는데, 아무리 여자들도 많이 이용하는 것이 대세라고 해도 그런 에피소드는 오직 정치판 근처나 드라마 등에서만 간접 경험으로 얻을 뿐.

실제 많던 적던 그런 음성적인 문화는 될 수 있으면 그들만의 리그로 남겨둬야 하는 게 아닌가 싶고. 

 

작가는 평범하게 불행한 사람들 얘기는 보고 들은 적이 없는 건가? 아무튼 드라마 잘 보다가 구씨가 호스트 출신이었다는 것에 모든 환상이 다 깨지는 기분이 들었다는 거. 쌈 잘하는 조폭 출신이라고 해도 거시기한데… 앞으로 남은 회차가 어떻게 전개될런지는 모르겠지만, 평범하게 사는 것도 우습고 그 세계에 염미정을 데리고 모시고 사는 것도 우습고.

술을 끊는 것도 의미없어 보이고, 염미정이 구씨처럼 된다해도 감흥이 없을 것 같고. 암튼 그래도 능력있는 작가니까 추앙의 끈을 놓지 않고 있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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