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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리뷰하면서 떠오른 생각

by media9 2022. 1. 24.

삼진그룹 영어 토익반

 

2020년 드라마/드라마 1시간 50분

 

 

너무 뻔한 스토리를 너무 펀하게 잘 살린 유쾌한 영화

 

언제나 시작은 무심하게 이게 뭐지? 란 기분으로 클릭하게 된다. 그러다 우연한 재미를 발견할 때 이상한 뿌듯함이 든 달까.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1995년을 시대 배경으로 한 영화다. 뭔가 진보적이고 페미 느낌이 강하게 들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으로 어디 어떻게 전개되나 보자, 하고 보았다. 강한 기시감에 결론이 어떨지 뻔하게 예상되면서도 여배우들이 넘나 매력적이어서 즐거웠던 영화다. 90년대 상고 출신의 여성들이 자기 계발을 위해, 아니 회사의 대졸 여사원 및 남자 사원들 사이에서 인정받기 위해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한다. 그렇게 스스로를 빛내며 성장하는 스토리인데 이런 식의 페미 영화라면 웰컴웰컴이다. 

 

 

 

현대는 고졸이 드물 정도로, 고학력자가 많다. 여전히 인서울은 진입 장벽이 높지만 학점은행제를 통해서라도 학사 학위를 획득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세상이다.  보통 학창 시절에 여의치 못해서 대학을 제 때 가지 못했거나, 좋은 대학을 가지 못했어도 시간이 지나 경제적 여유도 생기고, 늦공부 운이 트이면 학사에 석사에 마음만 먹으면 박사 학위 따는 것도 가능하다. 그래서 어찌보면 학력이 별로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90년대는 확실히 지금보다 달랐다. 외국에 가면 너도 나도 연대, 고대 서울대를 나왔다고 뻥을 처대지만, 사실 모두가 대학에 갈 수 있던 것은 아니었다. 60년대에서 70년대 초반생까지는 역대급 인구수로 인해서 경쟁이 엄청 치열했고 고교 입학 시험도 반에서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70년대 중반에 태어난 이들은  그나마 나았다고 해도 여전히 대입이 녹록치 않았다. 특히 여성들은 더욱 더 힘들었다.

 

일단 중학교에서 고교 입학을 인문계와 상업 및 공업계로 절 반 정도가 나눠서 가는 일이 흔했다. 공부를 잘하거나 못하거나로 상업계를 진학하는 것이 아닌 좋은 대를 갈 자신이 없거나, 생계를 위해 일찍 돈을 벌어야 하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지금은 가난하다고 특수고를 진학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대학을 잘 들어가기 위해 선택하는 경우도 있고, 잘은 모르지만 그때와 지금은 환경이 많이 달라진 걸로 알고있다.

 

물론 영화 속 상고 졸업 여직원들은 90년대 졸업생이 아닌 80년대 졸업한 세대들이라 핍박이 더했겠지만 암튼, 영화에서처럼 삼진 그룹에 취직한 여상 출신 직원들은 유니폼을 입고 승진과 상관없이 직장 상사의 허드렛일을 해주며 적은 월급을 모아, 결혼하고 퇴직하고 그렇게 현재는 아이를 키우고 있는 주부들이 대다수인 걸로 알고 있다. 

 

 

영화 속 사복 입은 여직원처럼 부모 잘만나 영어 좀 하는 똥멍충이 대졸 여직원보다 몇 배는 똑똑했다. 아마 당시 상업고를 졸업하고 취직한 여직원 중에는 거의 대부분 야간 대학 및 대학원을 다녔을 거다. 회사에서 지원도 했고 특별 모집 등으로 원하는 대학도 쉽게 갈 수 있었고.

 

암튼, 대학은 제 때에 가지 못해도 어느 시점이 되면 거의 비슷한 학벌을 갖추게 되니 크게 걱정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다만, 현역에서 뛸 때 경쟁에서 승리해서 최고의 대학을 들어갔느냐 아느냐가 인생에 커다란 자부심은 되어 줄 수는 있겠지만, 그것도 남다른 재주이니 안 되는 사람은 억지로 노력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다음 세상에서는 반드시 경쟁에서 승리해서 전교 1등으로 최고의 대학에 가보고 싶다. 현생에서 못해봤으니.

 

 

대체로 좋은 대학을 나와서 좋은 점은 면접 볼 때 좀 유리한 것과, 결혼 할 때 좋게 보는 정도인 것같다. 여차여차해서 회사에 들어갔을 때는 고학력으로 인정 받는 것보다 실적과 능력이 더 중요하니까. 말이 나와서 하는 얘긴데 50대 이상, 그 치열하던 경쟁을 뚫고 명문대를 졸업한 사람 중에는 그 시기가 인생 최고 리즈 시절인 사람도 많아 특히 여성 중에는 오로지 이대 등등의 출신 대학으로 말을 시작하려는 사람이 꽤 많다는 사실. 어쨌거나 그 학벌로 결혼들은 잘 했다고는 하니까. 큰 자랑 거리이긴 하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 똘똘하고 야무진 학창 시절 친구들이 떠올랐다. 가난해도 야무지고 실속있고 뭘 해도 잘했을 그 친구들. 

 

현재 우리나라 교육 환경이 어떤지, 아이가 없어서 도통 짐작조차 할  수가 없지만, 어쩌면 그때처럼 대학갈 사람 안 갈 사람 구분해서 일찍 진로를 정하는 것이 참 괜찮지 않았나 싶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도 2학년 무렵부터는 취직할 사람을 받아서 관련 교육을 받았던 것 같던데, 굳이 굳이 써먹지도 못할 학위는 따서 뭐하나 싶다. 특히 예체능은 재능이 먼저이지 학위가 먼저는 아닌데 말이다. 

 

 

공부할 사람은 나라에서 전액 지급해서 공부만 열심히 시켜 연구 및 학자로 써먹고, 예체능 소질있는 사람은 선택해서 학위 따는 제도의 문을 열어 둬서 경력 쌓고 학위 따면 되는 것 같고. 돈도 벌고 싶고 일찍 돈을 벌어야 하는 사람은 일찍 돈 잘 벌어서 학위와 경제력을 동등 선상에 올려 놓으면 서로 컴플렉스 안 느끼고 서로 좋은 거 아닌가?

 

현재는 어줍잖게 대졸들이 넘쳐서 뭐랄까 개나 소나 다 양반이라고 에헴거리는 사회 꼴이 되었다고나 할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대학 4년을 허송세월한 사람들이 무궁무진하게 많다. 대체 뭔 공부들을 그렇게 많이 하는지. 회사가 원하는 스펙이라고들 하는데, 회사 오너 입장에서 그딴 거 필요없고 기본 영어 조금 되고, 글씨 쓰고 말 할 줄 알면 열정과 가능성으로 키워 줄 사람 뽑는 거지. 다 갖춘 사람이 뭐에 필요하다고.  오히려 회사 입장에서 필요한 건 그 사람의 지식 스펙이 아니라 백그라운드가 아닐까? 주변 인맥이 짱짱한지 그런거. 아무래도 좋은 대학 나오면 주변 인맥들이 받혀주니까 그래서 고학력자 선호하는 것도 있을 테고. 그러나 다 필요없고 오너 입장에서는 열정과 신의만 있으면 만사 오케이다, 라고 생각한다.

 

그건 그렇고 영화 속 세 여배우들 고아성, 이솜, 박혜수는 너무 멋졌다. 이들의 빛나는 매력을 보는 것만으로도 영화는 볼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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