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는 드라마의 재미없는 리뷰입니다. 넷플릭스로 본 마당이 있는 집은 드라마 줄거리와는 별개로 임지연의 연기는 매력이 있었고 김태희는 여전히 실망을 금치 못했습니다. 뭔가 대단히 스릴이 넘칠 것이란 예상을 벗어나 산으로 간 드라마지만 그만큼 애착이 있었기에 리뷰로나마 올려둡니다.
마당이 있는 집이란 제목의 헷갈림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중간에 번뜩이는 연출과 집중하게 만드는 인상적인 대사 등이 좋았던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배가 산으로 가다 못해 pc주의로 흘러 대중을 허망하게 만든 감이 있습니다. 소설 마당이 있는 집이 자꾸 김원일의 마당 깊은 집과 박완서의 그 여자네 집과 교차되어 마당 넓은 집 마당 집 여자 이렇게 혼동이 오고 있습니다. 각설하고 모처럼 등장한 김태희와 더 글로리로 뜬 배우 임지연의 콜라보로 기대감 만땅으로 본 드라마입니다.
드라마 위너는 임지연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에서 임지연의 연기는 물이 올랐습니다. 분노의 먹방, 본능의 먹방, 애처로운 먹방 등 먹는 장면으로 오감을 표현한 점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배우 김태희와 비교해서 외모도 연기도 전혀 밀리지 않았고 오히려 기세도 강했습니다. 대성할 배우라고 확신합니다. 뭔가 연기할 때 자신을 내 놓을 줄 아는 대범함이 있는 배우인 거죠.
소설을 읽지 않아서 원작과 어떻게 달라졌는지 원작이 더 재밌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으나 스토리 자체는 참으로 진부합니다. 영상 장치 등도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고 뭔가 아류같고, 그러면서 감각적인 척하려는 노력이 돋보인 가운데 줄거리보다 두 여배우의 외모와 연기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던 것 같은데요. 드라마에 김태희가 아닌 임지연만 나오고 그녀가 전체적으로 끌고 갔더라면 훨씬 더 퀄리티가 있어 보였지 않을까 합니다.
본전도 못 건진 김태희
김태희가 2020년 하이바이 마마 이후 3년 만에 작업한 작품은 마치 하이바이 마마의 연장선인가 싶은 기분이 들 정도였습니다. 일단 극중 문주란 역을 맡은 김태희는 가난하지만 아름다운 인형 같은 캐릭터로 나오는데요. 솔직히 예쁘지도 않았고 연기에 물이 올랐다는 생각도 전혀 들지 못했습니다. 김태희가 소시오 패스 남편을 처단하는 캐릭터를 맡기보다 차라리 망상증 환자라던가 양극성 장애 같은 역할을 맡았더라면 훨씬 더 그럴듯했을 것 같고 임지연 역할을 그녀가 맡았어도 좀 낫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김태희는 언제나 자신의 바운더리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발악을 하는 연기 패턴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그렇게 액티브한 성격이 왜 연기자로서는 과감한 모험을 하지 못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번 드라마에서 김태희가 맡은 문주란이 보여준 거라곤 냄새를 맡는 표정과, 놀라는 표정 그리고 겁에 질린 표정과 언제나 어색한 그 입매만 기억에 남습니다. 용팔이의 후유증에서 못 벗어나고 있는 걸까요? 표정이 풍부하지도 않은데 왜 맨날 눈만 부릅뜨고 놀란 표정만 짓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녀가 열심히 하는 배우인 것은 알겠고, 뭘 찍어도 똑같은 텐션의 송혜교보다 연기력은 낫고 외모도 별로인데 연기를 되게 잘하는 척하는 문소리보다 훨씬 예쁘고 연기도 잘하는 것은 알겠지만요. 그렇게 예쁘고 똑똑한 사람이 자신에게 잘 맞는 캐릭터를 찾아 더 똑 부러지게 잘 해내면 얼마나 멋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아서 그럽니다. 못하는 사람에겐 관대하고 잘하는 사람에게 더 질책하듯 말입니다. 아쉬워서 그럽니다. 아쉬워서.
마당이 있는 집 드라마 리뷰
아마 많은 사람들이 저와같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을 했을 것입니다. 그만큼 기대가 컸고 실망도 컸던 것이겠죠. 드라마 주인공 이름이 추상은과 문주란일 때 옛날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것인가 하면서 그렇다면 재미는 있겠군, 하고 배경지식 없이 판단했던 것이 오산이었던 거죠. 21세기에 추상은과 문주란이라고 이름을 지은 의도가 먼저 궁금하고요.
냄새가 나고 마당에서 시체가 발견되고 남편의 퇴폐적인 행각에 아들이 걸려들고 남편이 사람을 묻고 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아들의 역할도 꽤 중요할 터인데 아들은 어느 순간에 사라지고 캐릭터가 살아있지도 못했고요. 추상은의 남편은 이 시대에 왜 그렇게 가부장적이며 학대를 일삼는지 도저히 공감이 가질 않습니다. 시대적 배경을 80년대로 설정을 하던가요. 물론 요즘도 매 맞는 아내가 있다고는 해도 매 맞는 남편도 못지않게 많아진 세상입니다. 왜, 드라마가 여성만 피해자인 척 설정을 하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같은 여자로서 이런 유의 드라마는 좀 불쾌합니다. 젠더로 선악을 구분하는 것보다 인간 캐릭터로 승부를 봐야죠. 21세기라면 더욱더. 작가가 감독도 맡아했는지 어쨌는지 알고 싶지도 않지만 어떤 연령대를 고려하고 만들었는지 모르겠네요. MZ세대가 공감하겠나요? X세대가 공감하겠나요?
드라마가 남성은 다 못생기고 매력없게 나오고, 엄마들도 인정이 없고, 뭔가 인간적인 매력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드라마입니다. 그래서 이 드라마로 뭘 전달하고 싶은 걸까요? 나쁜 남자 없이 여자들끼리만 행복한 세상?
물론 드라마에서 문주란은 모든 것은 자신의 불안에서 왔다며 어쩌구 저쩌구 자아를 찾은 척하던데요. 자신을 예쁜 인형처럼 여기고 가둔 남편을 죽이고 독립적인 여성으로 살아가겠다는 의지는 공감이 전혀 안 되었고요. 그나마 악마 같은 남편과 가난한 가족의 굴레에서 벗어나 비로소 평안을 찾은 추상은의 캐릭터는 일면 이해가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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